
2013년 어느 봄날, 요밀리에의 견고한 결계를 뚫고 한 인간 여자아이가 들어오게 된다. 스스로를 ‘최 이형’ 이라고 밝힌 소녀는 어떻게 요밀리에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경계당하나,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소녀일 뿐이라는 것이 밝혀진 이후 영물들은 이형을 돌보아주기 시작한다. 덕분에 이형은 마을 주민들은 물론이요 세빈을 비롯하여 요밀리에에서 물품을 판매하던 보부상과도 친분을 쌓아나갔다.
그러나 이형이가 요밀리에에 들어온 이후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 현상이 지속되고 있었다. 이유를 찾지 못한 세빈의 걱정이 극에 달할 무렵 이형이가 납치당한다.
이튿날 저녁, 요밀리에를 찾아온 보부상은 이형이 납치당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함께 탐색에 나선다. 그러나 보부상에게는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 누구도 보부상에게 이형의 신발이 숲길 앞에 떨어져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보부상은 이형의 신발만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점. 이것을 묘하게 여긴 세빈이 어떻게 알았냐며 추궁하자, 보부상은 당황한 기색 없이 자신이 이형이를 납치했노라 실토하며 기절한 이형이를 넘겨준다. 다들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혼란스러워 하고 있을 때, 보부상은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
이형이와 비슷한 시기에 요밀리에에 들어오게 된 보부상. 그 누구도 감히 의심하지 않았던 그가 실은 현 5대 청룡, 천 류 였던 것이다. 세빈의 견고한 결계를 뚫고 인간인 이형이를 요밀리에에 데려다 놓은 것도, 이형이를 납치한 것도, 이상현상이 일어났던 것도 전부 보부상으로 분장했던 천 류가 저지른 만행이었다.
“나는 당신이 인간 여자아이 때문에 곤란해 하는 걸 보고 싶었습니다. 인간 퇴마사들과 맺었던 불가침조약을 깨고 연약한 계집애를 죽여 죄책감에 고통스러워하는 당신의 낯짝이 보고 싶었을 뿐. 그러나 죽이기는커녕 계집애랑 같이 잘도 놀아나더군요. 그래서 당신이 괴로워하도록 이번엔 그녀를 납치했습니다. 어떤가요, 소중한 것을 빼앗긴 기분이?”
요밀리에에서 전투를 치르고 싶지 않았던 세빈은 어쩔 수 없이 천류가 요밀리에를 떠나는 것을 묵인한다.
순식간에 모습을 감춘 천류를 쫓아 세빈 또한 요밀리에를 떠난다. 세빈은 떠나기 전, 요밀리에를 유지시키기 위해 자신의 요력의 절반이 담긴 여의주를 이형에게 맡기고 떠난다. 이형은 세빈의 힘이 담긴 여의주를 가지고 요밀리에를 임시로 관리해 나간다.